저번주 나의 블로그를 찾아주신 분들이 총 19분;; 이셨는데 둘리 이야기를 한 이후로, 예상치 못한 반응에 많이 당황해 버렸다. 친구랑 배깔고 누워서 한 잡담을 블로그에 올린것 뿐이었는데, 이렇게 둘리에 대한 관심이 높을줄은 예상치 못했다. 확인된 것이라면 둘리의 인기가 여전하다는 것이다. 둘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로 저번 포스팅에 장황하게 이야기 해놓았는데, 멍석을 깔아주면 못 논다더니 그게 바로 딱 내꼴이다. 무슨 소설 쓰듯이 둘리에 대한 일대기를 쓴다는 계획은 과감히 포기하고 그냥 잡담만 좀 하는게 나을것 같다. (둘리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이렇게 높다는 것을 안 것만으로도 저번 둘리이야기 포스팅의 목적은 충분했다고 본다.)
둘리가 고길동의 집으로 어떻게 흘러들어갔는지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듯 하다. 말 그대로 요리보고 조리보다가 빙하타고 내려온 것이다. 빙하에 갇혀있던 둘리는 한강에 도착 후, 신선한 얼음을 얻으려는 생선가게 아줌마와 팥빙수집, 냉면집 아저씨에 의해 얼음이 해체;;된 후 개천으로 흘러 온다. 영희와 철수가 둘리를 데리고 온 것도 아니고, 둘리가 지 발로 초대하지도 않은 고길동 집으로 무단 침입한다. 불청객의 완벽한 표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무단침입한 후 애완동물 흉내를 내는 영악한 둘리의 모습을 잠깐 살펴보자.
둘리와 고길동의 역사적인 첫만남 장면이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고길동 아저씨의 저 행복한 모습을 보라. 둘리는 이후 고길동의 체중을 5년동안 10kg, 연 평균 2kg씩 갉아먹는다. 이 부분은 1권의 거의 첫 장면인데 둘리의 모습이 약간은 날카롭고 길쭉하게 묘사되어 있다. 이 그림체는 둘리 2권의 마지막 부분으로 가면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동글동글하고 귀여운 모습으로 바뀐다.(저 그림에서의 둘리는 아직 혀를 빼물고 있지도 않고 있다.) 만화 캐릭터의 모습이 서서히 바뀌는 것은 너무 흔한 일이라 놀랄것은 아니다.(슬램덩크 1권의 채치수와 31권의 채치수를 비교해 보면 쉽게 알수 있다.) 다만 둘리가 동글동글하게, 고길동이 날카롭게 바뀌는 모습은 오히려 그들의 현재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거 같아 더욱 현실감이 있다고나 할까.
1권에서의 둘리이야기의 주축은 둘리와 영희, 그리고 철수이다. 아기공룡 둘리 1권의 내용은 도라에몽과 아주 흡사하다. 초능력을 가진 둘리와 아이들이 그 초능력으로 계속 신비한 모험을 하는 것이다.(물론 도라에몽에 비해서 그 모험은 아주 소박하다;) 둘리가 초능력을 얻는 장면을 잠깐 살펴보자.
뇌수술을 받는 둘리의 모습이 귀엽다. 저렇게 얻은 초능력으로 둘리는 '거품으로 찐빵 만들기' '고길동 눈에 다래끼 나게 하기' 같은 굉장한 초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둘리가 가진 최고의 초능력은 바로 입담이다. 고길동과 이후 나누게 되는 그 초인적인 입담은 사람을 포복절도하게 한다. 1권에서도 간단하나마 고길동과의 만담의 싹이 보인다.
(서수남, 하청일에 버금가는 최고의 콤비이자 만담듀오를 보라. 벌써 길동아저씨의 얼굴이 홀쭉해진 것을 알 수 있다)
조용한 집구석에 잘해봐야 도마뱀 새끼인거 같은 한명이 들어봐서 또박또박 말대꾸하는 것도 짜증나는데 '좋은일은 혼자서 오고 나쁜일은 뭉쳐서 온다'고 이후 불청객들이 고길동집에 들이닥치게 된다. 고길동의 여동생이 맡긴 골칫덩이 희동이, 그리고 외계에서 온 안하무인 오만방자 외계인 도우너. 이들이 얼마나 고길동 속을 새카맣게 만들어 놓는지는 찾을 필요도 없이 둘리 만화책 눈감고 슬쩍 넘기면 나온다;; 1권에서 볼 수 있는 간단한 사건을 한번 보자.
어쩌다가 보니 고길동 아저씨에 대한 동정과 눈물로 가득한 포스팅을 한거 같다.
내가 이만큰 늙었단 말인가? 하지만 길동아저씨의 불행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아직 또치와 마이콜, 그외 꼴뚜기 외계인과 삼불이 등등 고길동의 가정을 위협하는 인물들은 수도 없이 남아있다. 하지만 둘리의 완결까지 끝끝내 그들을 먹여살려가며 작은 가정을 꾸려내간 소시민가장 길동아저씨의 위대함은 이제부터가 시작일 뿐이다. 지금 둘리보다 길동아저씨를 더 응원하는 분이 많다는 것이 길동아저씨의 저 답답함에 조그마한 위로가 되기를 바랄뿐이다.
조그마한 잡담 하나가 끝났다. 다음 잡담이 언제가 될지는 기약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