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이제 성인이 다 된 저에게 아직도 말씀하십니다.
'정직해라. 남을 속이지 마라. 버스에서 자리를 노인에게 양보해라'
그리고 아직도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는 뒤로 빠져라.' '눈치보며 살아라' '앞에 나서지 마라'
자세히는 모릅니다만 저희 외할아버지는 빨갱이였다고 합니다.
내가 외할아버지네 집에 가면 언제나 '아이고'하면서 나에게 볼을 부비던 외할아버지가 사실은 빨갱이였다고 합니다.
저희 어머니의 고향은 저 먼 남쪽의 섬입니다.
그곳에서 초등학교때까지는 남 부럽지 않게 부유하게 자랐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6.25. 전쟁이 일어나고 북한군이 그 섬까지 오고
섬에서 나름 잘 먹고 살던 외할아버지네는 북한군에게 죽지 않기 위해서는 그 쪽에 협조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해방이 되었습니다.
저희 외할아버지는 빨갱이로 몰려 고향을 떠나셔야 했습니다.
수년간을 도망치며 사셨고 외할머니 혼자 어머니를 키웠습니다.
그리고 어머니는 들었습니다.
'앞에 나서지 마라.' '눈치보며 살아라' '너는 뒤로 빠져라'
위의 저 말들은 결코 비굴한 말이 아니었습니다.
살아남기 위해서 어쩔수 없는 말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다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연설을 들으면서...저는 눈물을 흘립니다.
나는 비굴하지 않았던가.... 나는 권력에 무릎을 조아리지 않았던가....
역사를 가르치려는 내가.... 나는 비겁한 교훈을 가르치려고 하지 않았던가....
열심히 살려고 합니다. 정의롭게 살려고 합니다.
당당하게 살려고 합니다. 올바르게 살려고 합니다.
열심히 살겠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